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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비가 미웠다. 지금도 미운 감정이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은 것 같다.
두산이 넥센과의 경기에서 김현수의 홈런 이후 3:0으로 앞서가던 8월 14일 노게임 선언에 이어 계속되는 우천취소로 그 좋디 좋은 감을 잃어버리고 극심한 난조를 보이고 있다. 균형잡힌 투타 밸런스와 지고 있다가도 끝내 경기를 뒤집는 뚝심, 선수들의 자신감이 비와 함께 자취를 감춰버린 까닭이다. 8월 16일 경기 이후 9경기에서 13득점, 경기당 1.4점이라는 성적을 내면서 '두점 베어스'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1위 삼성을 바짝 뒤쫓는 추격자였던 두산은 순식간에 4위로 떨어졌고 이제는 5위로부터 추격을 당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물론 우천취소만 탓할 수는 없겠지만, 이제 포스트 시즌까지 남은 경기도 많지 않다. 좋던 감을 어서 되찾았으면... 응원하는 마음 뿐이다.런던 올림픽 시즌에 자주 방영됐던, 소녀시대와 원빈이 등장하는 L사의 TV 광고에는 "3D로 봅니다"라는 카피 문구가 있었다. 올림픽 유망주들의 경기장면을 보여준 뒤 "OO은 어떻게 보십니까?"하고 물으면 "3D(TV)로 봅니다"하고 답하는 식이다. 난 요즘 두산의 야구를 3D로 보고 있다. 그런데 3D TV랑은 조금 다른 3D다.
지난 8월 5일,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기록될만한 일이 일어났다. 두산의 마무리 스캇 프록터가 선수단 전원에게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선물한 것이다(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티셔츠의 앞에는 "Do you have what it takes?(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이란 문구가, 뒤에는 그 답이 적혀있다. Desire(열망), Dedication(헌신), Determination(투지).
언제나 "팀 퍼스트(Team First)"를 외치는 프록터 다운 발상이다. 선천성 심장병을 안고 태어난 딸을 위해, 그 아이의 이름을 딴 자선단체 ‘미스 팀(M.E.’s Team)'을 만들고 나눔활동을 펼치고 있는 프록터는 경기에서의 마무리 뿐만 아니라 우천취소로 선수들이 떠난 뒤의 웨이트장도 청소하는 헌신적인 선수다. 두산의 또 다른 외국인 선수인 더스틴 니퍼트 역시 늘 동료 선수들을 앞장서 격려하고 전지훈련 때는 자진해서 투수조에 고기만찬을 쐈을만큼, 모두 복덩이 같은 선수들이다.
사실상 지금까지 3D는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Dirty(더럽고), Dangerous(위험하고)Difficult(어려운)의 3D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교회들에게마저 외면당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영역이기도 하다.한국교회의 플레이를 응원하면서도 "3D로 봅니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첫번째 D는 Dogmatic(독단적인)이다. 세리와 창녀들과도 친구가 되어주셨던 예수님과 다르게 지금의 교회는 너무나 배타적이고 독단적이다. 둘째는 Double-minded(두 마음을 품은), 야고보서 기자의 "두 마음을 품어 모든 일에 정함이 없는 자"라는 표현 그대로 겉과 속이 너무 다르다.
마지막으로 Disregarding(무시하는).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라고 수없이 암송하지만 예수님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성속을 구분, 세속 사회를 무시하고 타종교인들을 무시한다. 또 힘이 주어졌다고 믿을 때는 거침없이 약자들을 무시한다. 큰 교회는 작은 교회를, 담임목사는 부목사를, 평신도인 장로 당회원은 담임목사를 무시한다.
4년 여를 집안싸움으로 진흙탕이 되버린 감리교가 한국교회 최초로 세습방지법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새삼스런 관심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교회의 자정(自淨)을 원하고 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렇게 교회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관중들이 많다는 것은 한편으론 두려움이다.
야구에는 '페이크 번트 슬래쉬(Fake bunt slash)'라는 플레이가 있다. 번트를 치는 척하면서 순간 강공으로 전환, 수비 쉬프트를 교란하는 작전이다. 혹시라도 세습방지법을 만든다면서도 두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디 아니길 바란다. 3D로 보면 다 보이니까.
사진출처=두산베어스 페이스북
2012~2013 크로스로 연재, 야구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