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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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계를 넘어세상속으로 2019. 3. 7. 13:51
"본 조르노!" 버스에 오르며 아침 인사말을 배웠다. 반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어쩐지 기사 아저씨는 시큰둥하다. 버스는 생각보다 좋았고 날씨는 생각보다 제법 추웠다. 오늘은 최초의 수도원이라 할 수 있는 몬테카시노 수도원에 이어 카사마리 수도원을 방문한다고 한다. 몬테카시노 수도원은 수업 시간에 내가 발제를 맡아서 조사했던 곳이라 괜히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519m 높이의 산 중턱에 위치한 수도원은 서양 수도원 운동의 아버지라 불리는 베네딕토가 세운 곳으로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파손되었다가 재건됐다. 베네딕토 수도사는 성찬을 받은 후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펼쳐든 자세로 죽음을 맞이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모습을 표현한 조각상의 사진도 미리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고 방문하는 길이었다 로마를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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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과 선교세상속으로 2019. 2. 26. 13:03
‘돈은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가?’ 신대원 3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시험은 자신의 신학적 물음에 대한 응답을 쓰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돈’에 대한 내 생각을 풀어놓는 것으로, 3년의 학업 과정을 모두 마쳤다. 결코 쉽지 않았던 3년이었다. 몸에 밴 것들을 털어내고 달라진 자리,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흔들리며 헤매기도 많이 했다. 그런데 그 마지막 시험이 끝나고 신기하게 복잡했던 모든 것들이 명료하게 정리되면서 내 자리를 찾는 기분이 들었다. 이 과정을 끝까지 마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감격스러운 마음이 일었다. 마지막 시험을 마치고 평소에는 잘 찾지 않았던 도서관과 기도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졸업을 앞두고서야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꼭 청개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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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이라는 시작세상속으로 2018. 11. 2. 22:01
“그 사람 영 목사삘이 안 나던데.” 주일 사역을 마치고 귀가하던 어느 저녁이었다. 허기짐에 얼큰한 김치찌개 생각이 났다. 직접 끓여 먹을 기운은 없고 집 근처 음식점에 들어가 한술 뜨려던 참이었다. 식당 직원들이 나누는 이야기에 그만 멈칫했다. 아까 오후에 왔던 그 손님, 알고 보니 목사가 맞더라면서 하는 말이 그랬던 거다. 과연 목사삘이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안 나온다. 누가 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목회자 후보생으로 지내온 지 3년, 여전히 잘 모르겠는 것들 투성이다. 늘 낯설고 늘 어렵다는 어느 베테랑 선교사의 얘기에 깊은 울림이 있었던 것처럼 삶은, 순간순간이 낯설다. 3학년 2학기, 마지막 종강 예배까지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진짜를 시작하는 기분이라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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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세상속으로 2018. 8. 13. 01:00
“저는 9살이요.” 2년째 함께 여름 캠프를 준비하던 전도사님과 세월이 참 빠르게 흐른다는 얘기를 하던 참이었다. 내가 한 살 더 많은 누나이지만 최근에서야 내 나이를 알고 놀랐단다. 아마 한참 동생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자신은 아직도 20대 후반인 것처럼 느낀다는 말에 대뜸 그랬다. 나는 9살이라고. 무의식의 세계 속에서 튀어나온 말이니 왜 하필 9살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꼬맹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좀 많다. 나 자신과 화해하기, 나를 더 알아가기, 내 안의 나와 행복하게 살기, 나와 친해지기, 어린 시절의 상처를 돌아보는 일 등으로 표현되는 이 주제를 꺼내자니 글을 쓰는 나부터 진부함에 몸서리칠 지경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흔들리며 형성 중에 있는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려면 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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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세상속으로 2018. 7. 15. 00:14
얼마 전 홀로 광주에 다녀왔다. 배움에 대한 목마름 하나로 내려간 길이었다. 5학기 동안 벌써 82학점을 이수했는데 어쩐지 갈증은 더 깊어져만 간다. 강연 말미에 선생님이 그러셨다. 한 사람은 수천의 겹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OOO’라는 선생님의 이름도 선생님 자신을 규정할 수 없다고. ‘나’라는 존재는 항상 형성 중에 있다는 얘기였다. 언젠가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더 맞장구를 쳤다. 타인을 보는 나의 시선을 반성하며 가졌던 생각이었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언제나 제한적이다. 잘 알지 못하는 사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는 언제나 그 사람의 일부분만을 바라볼 뿐이다. 그 사람이 걸어온 과거의 길에 대해 모를 뿐 아니라 앞으로 그 사람이 되어갈 존재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