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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을 바라보라!야구광 김씨네 2019. 3. 8. 16:07
“두산은 야구 잘 하고 있어?” 언제부터인가 야구광으로 통하면서 이제는 사람들이 종종 야구로 안부 인사를 건네온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우리나라에 야구를 처음 도입한 것이 질레트 선교사였다는 사실을 안 이후부터? 홈인(Home in)하면 세이프(Safe)한 야구에 사실은 가정 회복의 의미가 숨어 있었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이른바 3S 정책의 일환으로 한국에 프로야구가 도입된 1982년에 내가 태어났기 때문일까. 이유야 상관없다. 어쨌든 오늘도 난 야구를 보고 있다.
바야흐로 스토리의 시대다. 스포츠를 가리켜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표현하곤 한다. 뻔한 패턴의 드라마에 신물이 난 사람들은 그래서 야구에 더 열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부 선수들의 승부조작을 참을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로 요즘에는 선수들을 OOO작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로 다 이겨놓은 경기를 드라마 보다 더 기가막힌 스토리로 패배하게 만들어버린 선수에게, 부정적인 의미에서 쓰이는 말이다.
9회까지 공격과 수비가 반복되는 야구 경기는 다른 종목에 비해 시간이 꽤 긴 편이다. 축구처럼 전후반 45분씩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매경기마다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내면서 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식이다. 공 하나를 사이에 두고 투수와 타자의 승부가 20여 초 간격으로 계속되니 야구가 지루하다는 건 정말 뭘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렇다! 나는 이 흥미진진한 ‘스토리’ 때문에 매일같이 야구에 빠져들고 있다. 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이나 우천취소가 되는 날이면 ‘뻔한 스토리’의 기계적인 일상이 있을 뿐이다. 야구 스토리는 하루의 스트레스 해소와 위안, 인생의 교훈까지 주고 있어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 감동을 나누고 싶다.
오늘 스토리의 제목은 ‘팀 플레이가 에이스를 이긴 날’. 지난 주말 두산과 기아의 3연전 중 마지막 경기에는 기아타이거즈 윤석민선수와 두산의 제5선발 김승회선수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누가봐도 기아의 승리가 당연했던 경기였지만 결과는 두산의 승리였다!! 땀승회란 별명의 김 선수가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의외의 호투를 보여줬고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이럴 때는 승리의 기쁨도 두배다.
내가 응원하는 두산베어스는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곰처럼 끈질긴 뚝심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선수별 개인 순위를 살펴보면 투수, 타자 전 종목에서 1등 선수가 많지 않다. 프로 스포츠에서 개인 타이틀은 연봉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팀은 한 두사람만의 특별한 재능과 열심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요즘의 두산처럼, 매경기 새로운 영웅이 등장하는 것이 팀을 더욱 강하게 한다. 그래서 요즘 내가 가장 매료돼있는 사람은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 보다도 두산의 새 사령탑, 김진욱감독님이다. 얼마전 그 마음을 더 굳게 하는 사진 한 장을 봤다. 그의 수첩에 크게 쓰여있는 ‘같은 곳을 바라보라’는 문구였다.
같은 곳을 바라보라. 그러면 팀과 구성원 모두가 윈윈(win-win)이다.
사진출처= 두산베어스 페이스북
2012~2013 크로스로 연재, 야구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