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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라이벌과의 3연전에서 기어이 일이 나고야 말았다. 올시즌 첫 연패. 그것도 실책이 많았고 치열한 접전 끝 패배였다. 참으로 힘이 쏙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보면 시즌 초반부터 승승장구해온 두산에게도 불안 요소는 있었다.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들의 집중력, 운이 더해지면서 지나왔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바로 중간계투(middle reliever)였다.
현대 야구에서 타자들의 타격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하지만 야구는 어디까지나 투수 놀음이다. 특별한 신념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이런 얘기를 하는 걸 어디선가 주워들었다. 어쨌든 야구가 투수 놀음이라고 할 때, 투수 중 꽃은 선발 투수이고 구원투수로는 중간계투, 롱릴리프, 셋업투수, 마무리투수, 원포인트 릴리프 등이 있다. 팀의 승리를 위해선 어느 하나 다 소중하지 않은 보직이 없다.
(사실 난 야구를 그냥 좋아할 뿐, 전문지식은 부족하지만) 풀어 설명하자면, 먼저 중간계투는 '미들맨'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미들맨들은 선발 투수가 자기 몫을 다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후 다음 이닝을 지키는 투수들을 지칭한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진 날이라면 이때 마운드에 올라가 4이닝 정도 길게 책임지는 투수를 '롱릴리프'라고 하며, 마무리 투수 전에 올라가는 선수는 '셋업투수', 한 타자만을 상대하며 흐름을 끊기 위해 올라오는 투수는 '원포인트 릴리프', 리드 상황에서 올라와 뒷문을 지키는 '마무리투수'는 대개 타자를 압도하는 빠른 공과 강한 정신력이 요구된다. 자칫하면 다 이긴 경기를 패배로 이끌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9회말 1점차 박빙의 승부에서 마무리 투수가 올라와 실점하고 경기에 지게 된다면 그날 팀 분위기는 최악이다. 야구는 흐름의 경기라 이런 경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연패로 이어지기가 쉽다.
투수마다 한계 투구수가 대략 정해져있는데 선발 투수의 경우 체력, 나이에 따라 8~90개에서 110~120개까지 던질 수 있다. 타자와의 승부를 유리하게 가져간다면 선발 투수 혼자 다 던지는 수도 있는데 이때 점수를 한점도 주지 않으면 완봉, 그냥 9회를 다 던졌을 때는 완투라고 한다. 110~150km의 공을 1백개 이상 던진다고 생각하니 어깨에 불이 나지는 않을까?!
이처럼 야구는 투수 놀음에 가깝다. 시원한 안타가 빵빵 터지는 경기가 보기에는 즐겁지만 그건 한편으론 투수들의 난조에 의한 난타전이다. 상대편 투수들이 난타당한다면(흔히 털린다, 발린다 등의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한없이 즐겁지만, 응원하는 팀의 투수들이 난조를 보일 때는 정말이지 승부처에서는 내 손이 다 오그라드는 것만 같다.
이야기가 길게 돌아왔지만, 올해 두산 우승을 꿈꾸며 마음에 영 걸리는 건 '믿을맨(미들맨, middle man)'이 없다는 점이다. 아니 믿을만한 선수들이 조금씩 흔들리면서 팀도 조금씩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선발 투수가 아무리 잘해도 -혼자 다 책임지지 않는한- 중간계투에서 무너져버리면 소용이 없는게 야구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도 '믿을맨'이 없어서 경기를 종종 망쳐버리곤 한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한국교회가 당면한 과제, 스스로 만들어놓은 문제들이 있지만 시원하게 나서서 해결해줄 믿을맨, 구원투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손발이 오그라들만큼 고비고비마다 긴장되고 결국 연패로 이어지면서 마음이 쓰리다.
이쯤에서 교회와 사회의 구성원인 나를 돌아본다. 나는 '믿을맨'인지.
사진출처=두산베어스 페이스북
2012~2013 크로스로 연재, 야구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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